윤활유는 하나면 충분할까? 농기계의 특수성 이해하기
일반 승용차는 엔진오일 하나만으로 대부분의 윤활이 이루어지는 반면, 농기계는 다양한 작업 부하와 동력 전달 장치를 갖추고 있어 부위별로 특화된 윤활유가 필요하다. 트랙터나 콤바인 같은 중형 농기계는 엔진, 변속기, 유압장치, PTO, 차축 등 기계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각각 요구하는 윤활 특성도 다르다.
예를 들어 고온·고압 환경의 엔진에는 점도와 산화 안정성이 높은 엔진오일이 필요하고, 유압계통은 점도보다 유압 전달성과 세정력이 중요한 유압작동유를 사용해야 한다. 이처럼 기계 구조가 복합적일수록 부위별 윤활유 선택은 필수이다.
엔진오일, 유압작동유, 기어오일… 다 같은 오일이 아니다
농기계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윤활유는 크게 엔진오일, 유압작동유, 기어오일(또는 트랜스미션오일)로 나뉜다.
① 엔진오일은 연소 중 생성되는 열과 찌꺼기를 제거하면서 피스톤과 실린더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SAE 점도지수(예: 15W-40), API 분류(CI-4, CK-4 등)를 기준으로 선택하며, 제조사 권장 주기마다 교환해야 한다.
② 유압작동유(Hydraulic Fluid)는 트랙터의 작업기 제어, 리프트 작동, 스티어링 등에 관여하는데, 점도가 너무 낮으면 압력 손실이 생기고 너무 높으면 작동이 느려진다. ISO VG 등급을 기준으로 온도 범위와 부하 조건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③ 기어오일(Transmission Fluid)은 변속기나 PTO, 차동기어 등에 사용되며 고점도와 극압 성능이 중요하다. 특히 다기능 통합형 유압 트랜스미션이 장착된 트랙터는 전용의 UTTO(Universal Tractor Transmission Oil)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윤활유 교환 주기와 관리법, 무시하면 고장 난다
윤활유는 단순히 ‘보충’이 아닌 정기적인 교환과 점검이 핵심이다. 엔진오일은 통상 100~200시간 사용 후 교환이 권장되며, 유압오일은 500시간 전후, 기어오일은 통상 1000시간마다 교환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아, 고온 작동 중 유막 파괴, 슬러지 축적, 기어 마모로 이어지는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오일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이지나 딥스틱이 있는 경우 색깔이나 점도 변화를 체크해야 하며, 필터(오일 필터, 유압 필터 등)도 함께 교체하는 것이 권장된다. 윤활유의 품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부위에 맞는 유종을 사용하는 일이다.
윤활유 선택 시 주의사항과 브랜드별 특징
윤활유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제조사에서 제시한 서비스 매뉴얼 또는 권장 유종이다.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고 일반 산업용 오일을 사용하거나, 차량용 오일을 농기계에 적용하는 것은 기계 수명을 단축시키는 지름길이다.
대표적인 농기계용 윤활유 브랜드로는 쉘(Shell), 모빌(Mobil), 존디어(John Deere Hy-Gard), CNH(뉴홀랜드), 쿠보타(Kubota Super UDT) 등이 있다. 이들은 각 브랜드의 농기계 특성에 최적화된 첨가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온도 변화에 따른 점도 유지력, 마찰 방지 성능, 장시간 사용에도 안정된 윤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 윤활유나 장수명 합성유도 상용화되고 있어 유지보수 주기를 늘리고 친환경 농업에도 기여할 수 있다.
농기계 윤활유, 비용 아닌 성능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윤활유는 보이지 않지만 농기계의 심장과 같은 존재다. 부위별로 맞지 않는 윤활유를 사용할 경우 기계 고장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전체 작업의 효율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단일 오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방식은 단기적으론 편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리비와 다운타임이라는 더 큰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정확한 매뉴얼 확인, 사용 시간 기록, 주기적인 교환 습관만이 농기계의 수명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작은 윤활유 하나가 한 해 농사의 성공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 이제는 그 중요성을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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